◈ 사라져 가는 풍속들에 대한 소고(小考)           목록가기

 

  과학이 최고도로 발달하지 못했던 20세기 전만해도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그 지역의 각종 풍

속(風俗)과 자연(自然)을 숭배하고 믿어왔다. 이들 풍속은 서서히 하나의 종교의식으로 작용하여

계의 각종 토속신앙(土俗信仰)이 되었으며, 그 중 일부는 종교의 발단(發端)으로 발전하기도 했

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들 토속신앙(土俗信仰)과 관련된 각종 풍습이 인간의 행운과 질병을 다스리는 것으로 믿아 왔으며, 그 맥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거제를 비롯한 남해안에서는 이들 풍속중 양밥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 양밥은 자신들의 편리나 안녕을 위해 남에게 액을 떠 넘기는 즉, 액땜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령 눈주위에 다래끼가 났을때는 이의 고치기 위해 세 갈래길 가운데 돌을 얼기설기 쌓아, 일명 "까치집"이라는 것을 짓고, 그 안에 침을 뱉은 뒤 종기가 난 눈부위의 속눈썹 서너개를 뽑아 넣어두는 것이었다.

               

 

 멋모르고 이곳을 지나가던 사람이 실수나 고의로 이 <까치집>을 허물었을 때는 다래끼가 그 사람에게 옮겨가는 것으로 믿었다. 

  또 음력 정월14일 밤에는 제웅직성이 든 사람을 그 직성을 상징하는 제웅을 만들어 길가에 버렸는데, 제웅직성이 든 사람은 그해에 액운이 닥쳐 만사가 여의치 않을 뿐 아니라 병에 걸리거나 재앙이 닥치는 등 불운을 당하게 되는 것으로 믿었다. 때문에 제웅 직성이 든 사람은 짚으로 사람 형상의 제웅을 만들어 배나 허리부분의 속을 헤치고 돈과 쌀을 넣어 생년월일과 성명을 적어넣고 짚으로 동여맨 후 마을 어귀 등에 버렸다. 그러면 지나가던 사람중에, 이 제웅을 주으면 그 사람이 액을 가져간다고 믿었다.

  제웅직성이란 액년이 든 것을 말하는데, 여자는 11, 20, 29, 38, 47, 56세에 해당했으며 남자는 10, 19, 28, 37, 46, 55세에 해당한다. 

  또한 우리나라 일부 지방에서는 도둑을 맞았을 때, 가마솥에 검은 고양이를 넣고 불을 지펴 고양이가 견디기 힘들 때 솥뚜껑을 열면 그 고양이는 도둑을 찾아가 발톱으로 얼굴에 상처를 내 죽인다고 믿었고, 또한 거제를 비롯한 남해안 일부 지방에서는 가마솥에 물을 끓이며 도둑으로 의심 가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 물이 튀어 오른다고 믿었다.

 

                 물 레 방 아

 

   시골의 일부 가정에서는 귀신의 침입을 막기 위해 방문 위에 가시 돋힌 엄나무(속칭 엄개나무) 

가지를 걸어두었는데 이는 억센 가시가 무서워 귀신이 접근치 못할 것이라고 믿은 때문으로 생각

되나 한약에서는 이 엄나무껍질이 허리와 다리의 통증과 풍비(風痺).기체(氣滯).설사 및 이질을 

다스리는 약으로 쓰인다.

 

  동짓날에는 쌀로 빚은 새알을 넣고 팥죽을 끓여 가족들은 새해를 맞는 나이만큼 새알을 먹기도 

했으며, 팥죽을 집안 구석구석에 조금씩 뿌리기도 했다. 이는 나이만큼 자기의 몫을 담당해야 한

다는 책임감 부여와 함께 집안의 잡귀를 몰아 내는 하나의 의식이기도 했다.

  정월 대보름날 새벽에는 초가집이나 낡은 집에 득실거리던 노린재의 피해를 막기위해 부엌 널판지 틈새 등에 소나무 잎을 꽂으며 “노리개 각시 밥주자”를 반복해 외치기도 했다. 삭은 이빨을 빼냈을 때는 윗니의 경우 큰채 초가지붕에, 아랫니는 사랑채 지붕 위에 던지며 「까치야 까치야 너는 헌니 하고 나는 새 이 다오」하고 외치면 까치가 새로운 이빨을 생기게 하는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과학이 최고도로 발달한 지금, 나무가지가 귀신을 쫓고 돌무더기가 신체에 난 종기를 고쳐주는 등의 맹목적(盲目的)인 토속신앙의 믿음은 하나의 습속(習俗)으로 퇴색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되는 일부 습속도 없지 않았다. 특히 산고(産苦)를 오래 치루는 여인들은 남편을 불러 마루에 앉히고 남편의 상투끝에 끈을 묶어 그 끈을 산모의 손목에 묶고 고통을 함께 하도록 했는데 이는 남편이 곁에 있다는 안도감을 심어주기 위함이기도 했다.

  또 때론 산모의 남편에게 "키"를 쒸우고 여인들이 잘라놓은 머리카락을 손가락 크기로 묶어 남편의 입에 물리고 고통받는 산모의 문 앞에 쪼그리고 앉혀 대기시키기도 했는데, 이는 머리카락의 역한 냄새가 구토증세를 유발, 남편의 구토소리와 함께 부인의 아랫배에도 더한층 힘이 가해지기를 유도하는 등 과학적인 근거도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눈부신 과학의 발달과 함께 모든 사람들은 매사를 과학적 근거에 의존하게 되었으며, 아름답고 순수한 우리 민족의 각종 풍습들은 서서히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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