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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병은 왜 생기는가?

   한의학에서의 질병의 원인은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신체의 내부에서 오는 내적(內的)인 원인, 둘째는 기후의 조건이나 변화에 등 외부에서 오는 외적(外的)인  원인, 이들 두 가지 원인 이외에 부상(負傷) 등에서 오는 질병 등, 세 가지로 분류한다.

   내적(內的)인 원인으로는 칠정(七情:精神). 음식. 과로 등을 들 수 있으며, 질병의 태반은 칠정(七情) 즉 마음에서 생긴다고 본다.

  여기서 칠정이라 함은 희(喜). 노(怒). 애(哀). 락(樂). 비(悲). 공(恐). 경(驚) 등, 감정의 변화를 가르킨다. "건전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가 깃드린다" 라는 말도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정신적 격노와 과로를  육체적 과로보다 더욱 더  중요시하고 있다. 

  감정의 격동 즉 심한 경악, 비탄, 분노, 억울한 감정의 울색(鬱塞) 등이  노이로제나 우울증의 원인이 되고, 과려상비(過慮傷脾)라  하여 생각이 많거나 지나친 우수(憂愁) 등은 소화불량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음식물의 과식, 즉 폭음(暴飮). 폭식(暴食) 등이 질병의 원인이 됨은 물론이지만, 한의학적 측면에서 보면, 음식물에 대한 치의적(治醫的) 효과와 작용을 중시하므로 양적인 면보다 질적인 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불규칙한 생활에서 오는 정신적. 육체적 과로는 만병의 근원이 되며, 특히 성적과로(性的過勞)는 여러 가지 만성 난치병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예컨데, 폐병과 신경쇠약의 대부분이 옛부터 방로(房勞)에서 온다고 전해지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정액(精液:精力)의소모가 모든 병인(病因)과 직접. 간접으로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고 보아 정액의 낭비는 곧 생체의 저항력이 감쇠(減衰)된다고 본다.

 

  한의학적 병인설(病因說)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인(外因)으로는 육기(六氣), 즉 풍기(風氣). 한기(寒氣). 서기(暑氣). 습기(濕氣). 조기(燥氣). 화기(火氣) 등의 기상적(氣象的) 조건으로, 이러한 대기(大氣)의 변동은 인간 생활과 질병 발생에 가장 큰 원인이 된다고 보고 있으며, 특히 대기의 변화와 병원균(病原菌)과의 관계를 중요시 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기후 환경적 위생, 즉 기후위생학(氣候衛生學)이라 할 수 있으며, 대기 중에 살고 있는 생체(生體)가 대기(大氣)의 변화에 따라 생리(生理) 기능에 변조(變調)를 가져옴은 당연한 이치라 할 수 있으며, 특히 급성전염병의 유행시기와 기후와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간은 대자연의 파생체이기 때문에 대자연과 분리되어 생존할 수 없고, 또한 질병의 발생 원인도 직접적으로 자연환경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자연(自然)한 이치이다. 소위 현대의학이 현미경적 의학이라면, 한의학은 인체를 소우주로 보는 망원경적 의학이라 할 수 있겠다.

  감기와 급성발열성질환(急性發熱性疾患)의 병인(病因)을 우리나라 민족의학 서적인 "동의보감"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즉 기후가 고르지 않을 때에 몸가짐에 부주의하여 심한 더위와 찬바람을 쐬던지, 몹시 차가운 음식을 먹는다든지, 혹은 폭염에서 갑자기 음산한 날씨와 장마로 변하였을 때에, 모든 급성전염성인 병균이 피부를 통하여 들어오면 발병하게 된다> 고, 한 것을 보면 오히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감기의 원인과 지식을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하겠다.

  한의학에서는 감기의 병명을 상풍(傷風). 상풍한(傷風寒). 감기(感氣) 등으로 표현하며, 유행성 독감은 시기(時氣) 또는 천행중풍(天行中風)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러한 질병의 성인(成因)을 단순히 세균에만 있다고 보지 않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인은 기상적 조건, 즉 기후의 변조(變調)로 본다.

  다음의 통계를 보면 환자 발생율의 기후학적 경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라 본다.

  <시.도별 독감환자 총수>

서울: 446    경기: 166    충북:108    충남: 66    강원:8,356    경북: 201    경남:3,583    전북: 11.   1957년 7/15. 보사부발표

 

  <경기도내  각 시.군별 독감환자 총수

인천: 463    포천: 40    이천: 23    고양: 17    가평: 11    양주:5                                                1957년 7/16. 보사부발표

 

  이 통계를 보면, 도별로는 강원도와 경상남도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강원도의 경우는 고원지대이면서 한편 동해에 접해 있어 해풍(海風)으로 인한 습기와 기온의 차이가 큰 원인이 되었었음을 알 수 있으며, 경남의 경우도 역시 이와 동일한 지리적 조건을 갖고 있으며, 가장 저조한 충남의 경우는 비교적 공기가 건조하며 습기가 적은 곳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인천과 포천이 1,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교적 도내에서 북쪽에 위치해 있는 포천과 항구도시로 습기가 많고 인구의 밀도가 조밀한 인천 지역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은, 앞에서 말한 기후위생학적인 발병원인을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상과 같이 병인(病因)을 두 가지로 대별(大別) 했으나 병인을 엄격히 검토해 보면, 외적(外的)인 원인과 내적(內的)인 원인의 합작으로 볼 수 있다.

  외적(外的)인 원인이 있어도 선천적으로 건강하여 내적(內的)인 원인이 이에 호응하지 않으면 질병이 생기지 않으며, 비록 체질이 허약해도 외적(外的)인 원인을 피하면 역시 탈이 없는 것이다. 

  예컨데, 독감이 유행할 때에도 한 집안 식구 중에도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걸리지 않는 사람도 있고, 또 결핵균은 누구에게 든지 침범하나 걸리는 사람과 안 걸리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즉 이것은 내적인 원인과 외적인 원인이 모두 구비되어야 질병이 생긴다는 증거이다.

  이 외에도 한의학에서 흔히 질병의 원인으로 보는 것에 어혈(瘀血). 담음(痰飮:水毒). 식독(食毒:濕熱) 등이 있다. 이런 것도 검토해 보면 모두 내적 원인이거나 외적인 원인 속에 포함되어 있으며, 혹은 외적인 원인과 내적인 원인의 합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외적 원인들 중에서 단독적 원인으로도 발병할 수도 있지만, 흔히 여기에 딴 외적인 원인이나 내적인 원인이 관여하여 병으로 나타나게 된다.

  어혈(瘀血)이란 체내에 잠재해 있는 비생리적 혈액을 말한다.어자(瘀字)는 어체(瘀滯)를 의미하므로 어혈이란 정체(停滯)되어 있는 피를 말한다.

  어혈의 실례로는 우리가 타박상을 입었을 때 심한 피하출혈(皮下出血)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출혈된 혈액을 어혈(瘀血)이라 한다. 이것은 시일이 경과되면 흡수되어 외관으로는 소실된 것 같다.

  따라서 타박으로 인한 통증이나 운동 장애도 회복되므로 병적 요인이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당시 적절한 약으로 어혈(瘀血)을 풀어주지 않으면  이 어혈이 체내(體內)에 깊숙이 잠재해 있다가 , 어느 시기에 가서 다른 외인(外因)이나 내인(內因)이 관여할 때, 여러 가지 형태의 병변(病變)으로 나타나게 된다.

  어혈(瘀血)로 오는 병으로는 신경통, 부인과 질환, 늑막염, 운동기 장애 등을 들 수 있다.

 

  담음(痰飮:水毒)의 담(痰)이란 가래(喀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담(痰) 즉 물을 뜻하는 것이며, 객담(喀痰)도 그 속에 포함된다. 담음(痰飮) 또는 담(痰)이란 수독(水毒)을 말하는 것이며, 이것은 신체내(身體內)의 수분대사에 장애가 생겨 그 운행분포상태가 원활치 못하면 체내(體內)의 어느 일부분에 정체(停滯)되며, 비생리적(非生理的)인 체액(體液)이 되어 여러 가지 병적(病的) 원인으로 작용한다.

 

  식독(食毒:濕熱)이란 방질이 많은  육류나 설탕 등의 과잉섭취로 체액(體液)이나 혈액(血液)이 일부 산성화(酸性化) 되어, 여러 가지 병적 현상을 나타내며 또한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도 감퇴된다.

  한의학에서는 음식에 관한 주의를 상당히 강조하고 있는데, 단순히 음식물 자체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고, 갖가지 음식물과 체질관계를 논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논거한 여러 가지 병적 요인 외(外)에도 질병 발생의 중요 원인으로 체질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선천적인 허약체질인 선천적 결함도 있으며, 또한 체질을 네 가지 형으로 나누어 보는 사상체질에 따라 병적 원인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체질의학인 사상의학은 어디서에도 찾아볼 수 없는 타당성과 합리성을 지니고 있다.

  임상체험에서 체질적 소인을 경험해 보면, 유전성과 매우 관계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부모 중에 폐가 약했다든지 위장이 나빴다든지 하면 그 자손은  그 영향을 입어 호흡기질환이나 소화기질환을 만성적으로 앓게 된다.

  그밖에 한의학에서는  체질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음장(陰臟)과 양장(陽臟)의 두 가지 유형으로 분별한다.

  음장(陰臟)의 체질을 소유한 자는  미주신경(迷走神經)이 긴장된 체질로 체온이 항상 낮으므로 의복(衣服). 거처(居處). 음식(飮食) 등을 차게하면 감기. 설사. 복통 같은 질병이 발생하며, 양장(陽臟)의 체질을 소유한 자는  교감신경(交感神經)이 긴장된 체질로 맥박이 빠르고 얼굴이 불은빛으로 상기(上氣)되기 쉬우며, 항시 찬 것을 즐기고 변비가 생기기 쉬우나 소화력은 좋다.

  평소의 이와같은 음양의 체질 차이는 질병에 관한 발병율과 증상까지도 다를 뿐만 아니라 같은 질병이라도 치료와 약은 전혀 다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발명된 사상체질 논에서는 인체를 구분하여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즉

  폐대간소(肺大肝小:간장형으로 즉 심폐는 강하나 간장이 약한 체형)는 태양인(太陽仁),

  간대폐소(肝大肺小:심폐형으로 즉 간장은 강하나 심폐는 약한 체형)는 태음인(太陰人),

  비대신소(脾大腎小:신장형으로 즉 비장은 강하나 신장은 약한 체향)는 소양인(少陽人),

  신대비소(腎大脾小:비장형으로 즉 신장은 강하나 비장은 약한 체형)는 소음인(少陰人) 등으로 구분한다.

  이 네 가지 체질은 각각 그 체질에 따라 생리(生理)와 병인(病因)이 다르므로 같은 질병이라도 할지라도 임상치료에 있어서는 약의 구별이 다르고, 약효도 각기 다르게 작용한다. 이것은 체질에 따라 잘 발생하는 병이 있고, 또한  각 체질에 따라 각 장기(臟器)의 생리(生理)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상의학에서는 체질의 차이를 바탕으로 생체(生體)의 생리(生理)와 병리(病理)는 물론 치료법과 섭생법까지도 서로 다른 차이가 있으므로, 체질(體質)이야말로 병인(病因)으로서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같은 이론은 실제의 임상적 측면에서 볼 때, 과학적 요소와 타당성이 다분히 함유되어 있으므로 앞으로의 많은 연구가 요망된다. 사상체질론에 대해서는, " 5. 사상의학과 체질"  항에서 상세히 설명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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